이탈리아 북부는 대도시의 활기와 소도시의 여유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특히 기차를 이용하면, 번잡한 도로를 피하면서도 눈부신 풍경과 감성적인 소도시를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밀라노를 기점으로 한 북부의 소도시들은 기차로 1~2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으며, 각 도시마다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밀라노 근교와 피에몬테 지역을 중심으로, 기차로 쉽게 접근 가능한 북부 소도시 명소 5곳을 소개한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차분한 감성을 찾는 여행자라면, 이 루트들이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코모 (Como): 호수와 알프스가 만나는 도시
밀라노에서 단 40분, 기차로 편하게 도착할 수 있는 코모는 북부 이탈리아 기차여행의 대표적인 시작점이다. 코모는 아름다운 호수와 설산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한데, 특히 ‘코모호(Lago di Como)’는 영화나 광고에서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그 풍경이 환상적이다.
기차를 타고 도착하면, 역에서 바로 도보로 호수까지 이동할 수 있다. 기차역 앞 광장에서부터 호숫가까지 펼쳐진 산책로는 매우 평탄하고 잘 정비돼 있어, 여행 초심자나 연인 여행객 모두에게 부담 없는 코스다. 코모의 중심가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부티크가 이어지고, 매주 열리는 재래시장에선 현지 치즈와 와인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또한 케이블카를 타고 브루나테(Brunate)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 전경과 알프스 산맥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코모는 단순히 풍경만 좋은 도시가 아니라, 예술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북부의 대표적인 소도시다.
베르가모 (Bergamo): 중세가 살아 숨 쉬는 언덕 도시
밀라노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 거리, 베르가모는 위쪽 ‘첵타 알타(Città Alta, 고도시)’와 아래쪽 ‘첵타 바싸(Città Bassa, 신도시)’로 나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도시다. 특히 기차역에서 도보로 이동 후, 푸니쿨라(산악열차)를 타고 언덕 위 첵타 알타로 올라가면, 중세 유럽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는 마을이 펼쳐진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에는 작은 골목길, 오래된 성당, 그리고 고풍스러운 카페들이 가득하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어 건축적 가치도 높고, 산책하며 구경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다른 도시들보다 관광객이 덜 붐벼,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베르가모의 로컬 음식으로는 ‘카소누첼리(Casoncelli)’라는 만두 요리를 추천한다. 고기와 치즈가 가득 들어 있는 이 음식은 현지 식당에서 쉽게 맛볼 수 있고, 기차를 타기 전 기념품 상점에서 진공포장된 상품을 구매해 볼 수도 있다. 기차여행과 함께 하는 미식 경험도 베르가모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아스티 (Asti): 와인의 도시, 조용한 미식의 여정
피에몬테 지역의 대표 도시 중 하나인 아스티는 와인 애호가들이 꼭 들러야 할 기차 여행지다. 토리노에서 약 45분, 밀라노에서도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이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스티 스푸만테(Asti Spumante)’의 고향이다. 기차를 타고 아스티역에 내리면, 곧장 구시가지로 이어지는 도보여행이 가능하다.
아스티는 고풍스러운 거리와 와인바, 소규모 레스토랑이 즐비한 감성적인 도시다. 대형 쇼핑몰이나 번화가는 없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도시를 천천히 걷다 보면 조용한 골목과 예쁜 광장이 이어지고, 곳곳에서 중세 시대의 흔적이 느껴진다.
매년 가을에는 ‘아스티 팔리오’라는 전통 마상경주 축제가 열려 지역 주민과 여행자 모두가 어우러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평소에는 한적하지만, 축제 기간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활기가 넘친다. 와인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곳의 와인 셀러 투어나 시음 투어도 꼭 경험해보자. 기차여행으로 여유롭게 와인의 세계를 만나는 가장 좋은 루트다.
스트레사 (Stresa): 마조레호수와 이탈리아 정원의 조화
이탈리아 북부에선 코모호 외에도 아름다운 호수가 많다. 그중 스트레사는 ‘마조레 호수(Lago Maggiore)’의 대표 도시로, 밀라노에서 기차로 1시간 10분이면 도착한다. 알프스의 맑은 공기와 드넓은 호수, 그리고 식물원처럼 꾸며진 정원은 스트레사만의 특별한 풍경을 완성한다.
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호숫가가 펼쳐지며, 이곳에서는 보트를 타고 인근의 ‘보로메오 제도(Isole Borromee)’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이솔라 벨라(Isola Bella)’는 바로크 궁전과 이탈리아 정원이 어우러진 소형 섬으로,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감상 가능하다.
스트레사는 관광객 수에 비해 상업적인 분위기가 덜해,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기차역 근처에는 클래식한 호텔과 현지 식당도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당일치기 혹은 1박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도모도솔라 (Domodossola): 알프스 초입의 한적한 산중 도시
도모도솔라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위스 국경과 인접한 알프스 초입의 매력적인 소도시다. 밀라노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로, 기차를 타면 산악지대의 풍경을 창밖으로 감상하며 여정이 시작된다.
도모도솔라 구시가지 중심에는 돌길과 아치형 회랑이 이어지며, 로마 시대와 중세 건축 양식이 잘 보존돼 있다.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며, 여행객보다는 현지인의 일상이 더 많이 느껴지는 도시다. 이곳은 ‘첸토 발리(Cento Valli)’라고 불리는 계곡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며, 슬로우 트레인으로 유명한 스위스-이탈리아 국경 구간 열차 여행의 베이스캠프로도 추천된다.
작은 광장에는 매주 시장이 열리고, 지역 특산물과 수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피에몬테 지역 특유의 치즈와 육가공품이 다양해, 기차여행 중 잠시 내려 둘러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이탈리아 북부는 대도시만큼이나 소도시가 매력적인 지역이다. 특히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자연과 문화, 미식이 공존하는 도시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밀라노를 중심으로 코모, 베르가모, 아스티, 스트레사, 도모도솔라까지—각 도시마다 색다른 분위기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차여행의 묘미는 빠름보다 ‘느림’에 있다.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도착하는 그 과정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된다. 다음 이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