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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이탈리아 감성소도시 열차 코스 (토스카나, 움브리아)

by traveler2025 202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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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에서 흔히 떠올리는 도시는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탈리아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중부 이탈리아의 소도시들을 기차로 천천히 여행해보자. 토스카나와 움브리아 지역은 유서 깊은 마을, 언덕 위의 성곽도시, 와인 향이 가득한 거리와 예술적 감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기차를 타고 조용히 이어지는 풍경 속에서, 화려하지 않아 더 특별한 중부 이탈리아의 매력을 소개한다.

 

토스카나 농가 이미지

치비타 디 반뇨레조: 시간 속에 멈춘 마을을 찾아

로마에서 북쪽으로 약 2시간 거리,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면 닿을 수 있는 ‘치비타 디 반뇨레조(Civita di Bagnoregio)’는 “죽어가는 도시”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도시의 이름이 이토록 드라마틱한 이유는, 실제로 마을의 기반암이 침식되며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오르비에토(Orvieto)까지 이동한 뒤, 현지 버스를 이용하면 약 30분 내에 치비타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은 거대한 협곡 위에 홀로 떠 있는 듯한 도시로, 단 하나의 보행자 전용 다리만이 마을과 외부를 연결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돌로 만든 좁은 골목길, 덩굴로 뒤덮인 벽, 고요하게 흐르는 공기. 이곳에는 상업화된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이 있다. 카페 한 곳조차도 작고 조용하며, 마을 중심에 위치한 성당과 그 주변의 정원은 마치 중세 시대에 멈춰선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관광객의 발길이 많지 않은 이 마을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깊은 여운이 남는다.

오르비에토: 절벽 위의 고요한 성곽 도시

치비타로 가는 중간 기착지인 오르비에토는 그 자체로도 완벽한 여행지다. 움브리아 주에 위치한 이 도시는 수직 절벽 위에 세워진 중세 도시로, 기차역에서 푸니쿨라(산악열차)를 타고 언덕 위 구시가지로 올라가게 된다. 도시 전체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르비에토의 핵심은 단연 두오모(Duomo)다. 외관은 황금빛 모자이크와 고딕 양식의 조화로 눈부시며, 내부에는 예술가 루카 시뇨렐리의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이 성당은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도시의 상징이자 자부심이다.

도시를 걷다 보면 곳곳에 와인바와 트러플 전문점이 있으며, 중세풍의 건물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이 인상 깊다. 특히 해 질 무렵, 절벽 가장자리에서 내려다보는 움브리아 평원의 풍경은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아름답다. 오르비에토는 단기 일정으로는 아쉽고, 하루쯤 머물며 그 정취를 천천히 음미할 때 비로소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아레초: 르네상스의 흔적이 남은 토스카나의 숨은 진주

피렌체에서 기차로 약 1시간, 토스카나 동부에 위치한 아레초(Arezzo)는 대도시의 소란을 벗어나, 차분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즐기기에 완벽한 소도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경지로도 유명한 이 도시는, 실제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기차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오르면, ‘프란체스코 성당’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프레스코화가 보존되어 있으며, 실제로 이 작품 하나만 보기 위해 아레초를 찾는 예술 애호가들도 많다. 이 외에도 도시 곳곳에는 고풍스러운 광장과 로마시대 유적이 혼재되어 있어, 소도시 특유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아레초는 매달 첫 주말마다 열리는 골동품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장터처럼 변하며, 골목마다 빈티지 소품과 앤틱 가구들이 전시된다. 느리게 걷고, 천천히 구경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여유로운 기차여행지를 찾는다면 아레초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페루자: 언덕 위의 젊은 예술 도시

페루자(Perugia)는 움브리아주의 주도이자, 예술과 청춘이 공존하는 도시다. 로마나 피렌체에서 기차로 2~2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언덕 위에 세워진 도시답게 도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미니메트로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중세 도시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페루자는 대학교가 밀집해 있어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골목은 여전히 고요하고, 오래된 석조 건물이 줄지어 있다. 도시 중심에는 ‘프리오리 궁전’과 ‘산 로렌초 성당’이 위치하며, 주변 광장에서는 거리 공연이나 소규모 전시가 수시로 열리기도 한다.

또한 매년 여름 열리는 움브리아 재즈 페스티벌은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이 시기에 페루자를 찾는다면 여행이 아니라 축제를 경험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예술과 음악, 역사와 청춘이 어우러진 이 도시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하나의 경험으로 오래 남는다.

결론: 기차 위에서 만나는 진짜 이탈리아

중부 이탈리아는 도시 간 거리가 적당하고, 기차 노선도 잘 연결돼 있어 소도시 여행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치비타 디 반뇨레조, 오르비에토, 아레초, 페루자 등은 화려한 볼거리는 적을지 모르지만, 여행자의 마음을 깊이 채워주는 감성적인 도시들이다. 이 도시들을 기차로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길 위에서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는 여정이다.

다음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대도시에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품은 기차를 타고 중부의 소도시들을 탐험해보자. 창밖으로 흐르는 포도밭과 언덕의 풍경이, 당신의 여행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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